설레는새책본문1 한 소년에게 전부였던 소녀의 죽음/까만 섬 파옥초『 까만 섬』 드디어 그것이 보였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소년은 개울 밑바닥, 날카로운 돌 틈 사이에 숨어 있는 그것을 보았다. 미친 듯이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당겼다. 팔목이 날카로운 돌 모서리에 걸려 찢어졌다. 상처 가득 생긴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웃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으깨진 머리를 들어올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통은 보이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를 가슴에 품었다.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에 품었다. 자신의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고 싶었다. 감싸주고 싶었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눈으로 보고, 두 팔로 품고 있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울었다. 흐르는 개울가.. 2012. 2.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