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팩 하나로 버틴 남미 유랑기 1 [페루 편]에 이어 출간된 백팩 하나로 버틴 남미 유랑기 2 [아르헨티나 편]에서도 여행자의 정처 없는 방랑은 이어진다. 이번에는 도시뿐만 아니라 남미에서 두번째로 긴 파라나 강가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소소한 혼자만의 여행의 참맛을 맛본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 여행서는 유명하지도 않고 특별한 장소들도 아니지만 가는 곳마다 저자에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주며, 사물에 대한 시적 통찰이 빛을 발휘하며, 곧 사라져 버리지만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붙잡아 보려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이는 사진 에세이집이다.
일테면 작가는 조금 근엄해야 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레콜레타 공동 묘지에서도 도시의 정원 속을 산책하는 듯한 자신만의 분방한 자유를 느끼고, 죽음의 박제화보다는 삶의 의미를 더 되돌아 본다.

죽음 그 자체는 젊은이나 늙은이나 어린아이나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리고 죽음은 도처에 편재한다. 정해진 어느 장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제발 라틴 여행하다가 죽지는 말게 해주세요, 지구 반대편에서 객사는 정말 끔찍하다.나는 미로처럼 늘어선 ‘선배 죽음들’의 통로에 앉아서 나의 라틴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기도했고, 다시 한번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기로 다짐했다.
햇볕이 따뜻해 자리를 떠나기 아쉽다. 그래서 같은 벤치에 앉아서 이제 알록달록 차려입은 단체 관광객들을 구경했다. 역시 죽음보다는 살아있는 자들을 관찰하는 게 나는 더 흥미롭다. 그들이 비록 유명 인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일지라도.
-백팩 하나로 버틴 남미 유랑기 2 [아르헨티나 편],|도심 속 정원 같은 레콜레타 공동묘지| 장에서 일부 발췌
눈이 시리도록 새파란 코발트빛 하늘 아래서 작가는 도시, 골목, 때로는 한적한 강가, 이름 없는 공원, 기념 공원, 미술관, 서점, 때론 유명 레스토랑, 스스로 발견한 멋진 카페 등을 헤매며 이국스런 찰나의 순간들을 만끽하며 자신이 여행에서 느낀 깨달음이나 삶의 편린 등을 즉각 메모해 두었다가 혼자 추억하기 아까워 부끄럽게 꺼내 놓은 듯한 어조로 주관적이며 사적인 이야기들을 써가고 있다.
혼자서 두 달이나 남미를 방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때론 우수에 차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한기와 외로움에 몸을 떨고, 여행을 포기하고 당장 돌아가고 싶지만,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무언가 자신을 붙잡는 라틴의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만다.
꼭 남미 여행을 직접 가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그곳을 구석구석 여행한 작가를 통해 남미의 열정의 중심 아르헨티나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 더구나 '백팩 하나로 버틴... 시리즈'의 저자는 순간 순간 바뀌어 버리는 정보성 위주보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남미의 정서에 대해 더 많은 할애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가 아주 나중에 그곳을 방문한다 해도 이 책의 내용과 바뀔 것들은 거의 없다. 그럼 [백팩 하나로 버틴 남미 유랑기 2: 아르헨티나 편]과 함께 지구 반대편의 초상, 작가가 늘 꿈에 그리던 남미 도시들에서 직접 만난 삶과 문화, 열정, 작가가 나눈 남미식 우정들까지 책을 통해 만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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