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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어른들에게 위안 주는 따뜻한 겨울 감성 동화 [눈사람의 사랑]

by jeroni 2024. 2. 2.

 

겨울 추천 따뜻한 감성, 어른 동화 [눈사람의 사랑] (한가을 글/사진) 

올겨울은 유난히 폭설이 자주 내렸어요. 눈사람들에게도 힘든 겨울이었나 봅니다.  한가을 작가의 [눈사람의 사랑]에는 "눈사람만의 생각과 눈사람만의 마을이 있다고 하니, 그들의 사정을 한번 살펴 봅니다.

주인공인 '나'는 아이 같은데, 눈이 많이 내린 날 그냥 두 눈사람을 만듭니다. 그리고 사랑을 입김으로 불어넣네요. 아이는 눈사람만의 생각과 눈사람만의 마을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정말 두 눈사람이 눈사람의 마을에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네요. (어쩌면 눈사람들의 생각 속 가상 세계 같기도 합니다.)

눈사람 마을에서 만난 라몬과 키리는 금세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두 눈사람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나타난다. 마초 같은 남자 디에고입니다. 그러나 디에고 뿐만 아니라 두 눈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다른 요소들이 연달아 발생해요. 마치 두 눈사람의 사랑을 시샘하듯.  그러나 현명한 여자 키리로 인해 두 눈사람은 한 줄기 희망을 찾습니다. 

혹독한 한겨울, 자신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은 두 눈사람만의 아름다운 사랑법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글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일러스트가 들어간 어른을 위한 감성동화입니다.

 

슬프면서도 웃기고, 아니러니컬 하면서도 감동적

[눈사람의 사랑]은 짧은 동화임에도 참 많은 감정을 담고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짧은 동화 안에 그렇게나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건 아마 겨울이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처한 눈사람들이 사랑을 이어가야 한다는 설정에서 나타나는 듯해요.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 동화는 짧지만 많은 인생살이를 표현하고 있는 듯해요.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특히 우리는 사랑을 할 때 자신이 최고의 사랑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은 때로 상대방에게 나쁜 결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안겨주기도 하죠. 눈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흐르네요.

사랑의 지혜를 전달

눈사람들만의 독특한 사랑법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이 시대의 사랑법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소유냐 존재인가 하는 이차원적 문제를 넘어 인생에서 사랑 그 자체의 참의미가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니까요.

유머러스한 동화 (피식 웃게 만드는 유머로 힐링을 주는 동화)

그런데 이 동화는 이런 깊은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요. 화법으로 유머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야기하는 방법의 기본이 유머란 말이에요. 인물 표현이나 삽화까지 웃깁니다. 그래서 지치고 무기력한 현대인들에게 유머 뿐만 아니라 가슴을 어루만지며 위안을 주는 따스한 겨울 감성 동화로 우리에게 기억됩니다. 

어린이/청소년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던 작가의 갑작스런 어른 동화?

한가을 작가는 지금껏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나 어린이 문학을 주로 써왔는데, 왜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게 되었을까. 과거 작가의 작품을 기억하는 어린이 독자들이 모두 커버렸기 때문에, 그 어른이 되어버린 팬들을 위해 쓰게 되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폭설이 내린 이번 겨울 작가 자신의 동심을 만나서일 수도 이런 장르를 시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사람을 직접 만든 듯하니까요. 

디에고란 인물에 대한 궁금증

작가가 제 3의 인물, 이 작품에서는 언급만 될 뿐 직접 출연하지 않았던 키리의 전남친 디에고란 인물은 마초 같은 나쁜 남자의 전형인데, 얼음처럼 차가운 성격임에도 기묘한 매력을 뿜고 있습니다. 자신은 집에 절대 두지도 않는 보일러를 다른 눈사람들의 집에 독점 설치해서 눈사람 마을에서 부유한 악당으로 자리잡고 있지요. 디에고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예술 삽화로 시도한 독특한 동화

사람이 아닌 경우, 보통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를 사용하기 마련인데, [눈사람의 사랑]은 사진을 직접 동화 일러스트로 사용하고 있네요. 이런 형식의 파괴가 또한 우리의 시각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녹을 수밖에 없는 눈사람의 운명은 우리의 인생의 유한함을 표현하는 듯한 안타까운 삽화도 직접 찍어 눈사람들의 생각 풍선 속에 표현했어요. 마치 눈사람들이 우리가 알고 지낸 존재처럼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퍼니 스토리, 유머 동화로 기억되길 바라는 듯, 작가는 이들의 행복과 해피엔딩을 기원하고 있네요. 눈사람들은 어떤 겨울을 나며 사랑하게 되었을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 눈사람의 사랑]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