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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음

반음양인, 양성인간들은 더 완벽한 존재? 차우모완 『쇼윈도』(ShowWindow)

by jeroni 2012. 9. 18.

고대 그리스에서는 반음양인, 곧 양성인간을 완벽한 인간으로 칭송했고 많은 사회적 혜택을 부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는 반음양인을 돌연변이나 염색체상의 병적 인간으로 간주하고, 하나의 성(性)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의 문명이 물질적인 성의 과도한 집착과 그에 대한 갈구로 인해 인간들은 오히려 자유보다는 구속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독특한 시선으로 이 시대의 성에 대해 심도 높게 다룬 작품이 눈에 띈다. 바로, 다른 작가들이 다루지 않는 문제들에 촉각을 세우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시대에 굵직한 질문을  던지는 차우모완의 신작 『쇼윈도』(ShowWindow)이다.



                      차우모완의 <쇼윈도>(ShowWindow) 


"여러 사체의 부위들로 만들어진 마네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범죄 수사극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인해지는 범죄행각과 그 저변에 깔린 무의식의 광기를 마주했을 때 과연, 누구든지 불쾌해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괴기스러운 범인의 정체가 우리 사회의 물질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다름 아님을, 누구보다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_추천의 글. 조재림(소설《프라이온》작가, 연세대 예방의학과 R1)



이처럼 <쇼윈도>는 남녀들의 피팅모델처럼 아름다운 부위들만 취하여 만든, 그리스 양성인간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닮은 마네킹을 쇼윈도에 전시해 보이는 주도면밀하고 대담한 연쇄살인범과의 피 말리는 게임과 대결을 그리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저작권 등록이 된 시나리오로서, 시나리오를 접하기 어려워하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지은이가 다시 손을 보았다. 시나리오임에도, 책으로 보는 영화 또는 시나리오 형식을 빈 문학 작품에 가까운 만큼, 전문적인 촬영기법이나 영화 용어들은 대부분 배제돼 있다. 소재의 다양성과 스토리텔링의 획기적인 전환점 마련을 통해 한국영화의 발전과 돌파구, 해외에서의 보편성 확보를 의도함과 더불어,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ㅇ출판사가 기획한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남녀의 성기가 반반씩 갖추어진 양성인간은 그렇지 않은 인간들보다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요. 그들은 이성을 찾기 위해 소모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죠. 자신 외부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기 때문에, 증오나 질투를 느낄 필요도 없죠.”

_<쇼윈도> 본문


책의 본문에서처럼 과연 양성인간이 일반인보다 더 행복한지는 대다수의 일반인들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책의 본문에 제시된 그리스 신화는 남녀 하나가 되고 싶은 인간의 무의식적 염원을 '신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살마키스는 헤르마프로디토스가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는 틈을 타 몰래 그를 껴안고 한 몸이 되어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그러자 살마키스의 소원이 이루어져 둘의 몸은 하나가 되었다. 그때부터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남녀의 성을 함께 지니게 되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에게 그 호수에 뛰어든 사람은 모두 자신과 똑같은 남녀 한 몸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고, 소원은 이루어졌다.”


<쇼윈도>는 위에서 보듯 인류의 무의식적, 신화적 성에 대한 고찰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본격 미스터리스릴러물이다. 성에 대한 철학적 깊이와 하드코어 스릴러 물로서의 박진감, 지적 교만으로 가득한 연쇄살인범과의 팽팽한 긴장감 등이 돋보이는 작품. 현재 인터넷 서점 등에서 만날 수 있으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19세 이상가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