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모음

[작가탐방]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과 대중성의 작가 진노벨

by jeroni 2012. 9. 20.

'봄/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날 그녀가 왔다. 여름/높고 새파란 하늘이 좋아졌다.

가을/모든 것을 물들이는 황혼, 우리들은 물들여졌다. 겨울/처음으로 되돌리는 순결의 시작. 신이시여. 그녀와 언제까지, 이 계절을 느끼고 싶습니다.'

진노벨의 <우리들의 살아간다> 시리즈는 이렇게 한 편의 시 같은 에피그람으로써 프롤로그를 대신한다. 

진노벨 우리들은 살아간다》시리즈 완결 


수 해 전 베스트 웹툰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우리들은 살아간다>. 이 시리즈는 원래 웹툰이 오리지널 버전이었지만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소설 버전도 이젠 마무리가 거의 되어가나 보다. 며칠 전 시리즈의 3권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가지 표지로 구성되어 있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날. 소문이 무성한 F반에 유지나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을 오게 된다. 척 봐도 작은 체구에 어디 한구석 나사가 빠진 것처럼 헤실헤실거리며 웃는 여자아이. 그런 지나를 F반은 있는 듯 없는 듯 대하지만 언젠가부터 지나가 웃으면 같이 따라 웃게 되고 지나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에 마음 한구석 안심이 된다. 그렇게 거리감이 줄어들 때 쯤 지나에게 말 못할 특이 질환이 있다는 사실과 휴학한 이유를 알게 된다. F반은 자기들을 한없이 감싸줬던 지나가 점차 자유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리지만 결코 지나의 곁에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약 2년, 그들은 하루하루가 꿈같은 날들을 보낸다.

루게릭이라는 희귀 질환 환자를 소재로 한, 김명민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보다 훨씬 이전에 나온 웹툰이다. 이 작품에선 지나는 루게릭을 앓고 있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한 사람의 건강한 사람으로 인정 받고 싶어 하며 사회와 학교와 어른들로부터 낙오자로 이루어진 F반에 섞여 들어가고 싶어한다.  

작가의 타고난 감수성에 독자들은 온갖 개성을 지닌 열 두어 명 남짓의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운다. 때론 포복절도할 유머 감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리고 때론 뉴에이지 음악처럼 슬픔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등장하는 학원소설로서 이만한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개성적인 인물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인연,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책의 말미에 와 있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작가는 모든 인물들의 '세션'을 세밀하게 조율하며 한 편의 교향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에 대해

웃음, 눈물, 환희, 고뇌, 이별, 죽음, 시간, 병, 외로움 등, 인생의 한 순간들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포착하는 작가 진노벨. 그녀의 일관된 주제는 우리의 아름다운 장밋빛 인생과 꿈들, 안타깝고 아스라한 사랑, 운명적 우연, 인생의 이면에 웅크린 슬픔과 본질 등에 관한 것이다. 낭만적이며 타고난 감수성과 탄탄한 구성으로 만화와 드라마 성향이 짙은 작품들을 줄기차게 발표해오고 있다.                                            

《우리들은 살아간다》(전4권) 그대는 꽃》(전3권) 《당신의 세계로》《아담의 사과》(전3권) 《루나》《어째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등, 우리 문학계의 신선한 자원으로서 앞으로 기대가 된다. 그녀의 작품들 가운데 《당신의 세계로》는 한 소녀가 1950년대로 타임슬립하는 초공간 이월소재의 로맨스인데 한 영화제작사로부터 영화화 제의가 왔을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