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온’이란 광우병으로 유명한 인체감염원이자, 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억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핵산을 가진 복제 가능한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이 물질은 단백질 성질을 가진 감염을 일으키는 입자(proteinaceous infectuous particle. Prion)이다. 그런데 2011년 여름, 전자책으로 먼저 선을 보인 의사 작가 조재림의 <프라이온>이란 소설 속에는 이 감염형 프라이온을 수혜자의 뇌에 직접 투여하는 실험이 등장한다. 작가는 어떻게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을 송송 뚫어버리는 이런 위험한 물질을 살아있는 인간에 직접 투여하는 발상을 해냈을까. 그것의 실험 대상이나 메커니즘도 매우 엽기적이며 기발하여 작가의 상상력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2012년을 배경으로 하는 미스터리 형식의 의학 소설이라 이 자리에서 모두 밝힐 수 없지만, 프라이온 추출 대상이나 방법, 실험 대상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다. 소설에는, 공여자인 살아있는 인간의 싱싱한 프라이온 추출법 두 가지가 등장한다. 하나는 고전적인 두개골 절단과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 다른 하나는 ‘키홀 수술’이라 불리는 것. 그리고 생생한 뇌에서 날것으로 추출한 프라이온을 첨단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투여기가 등장한다. 살아있는 공여자와 수혜자를 매칭해 프라이온을 주입하는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정말 이 소설의 이론처럼 치매나 뇌사자, 기억력의 향상 등, 인간의 뇌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지 궁금하다. 윤리위원회 회부는 차치하더라도 그런 실험이 성공 여부는 뇌과학과 의학계의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재빨리 책을 읽고 누군가 미리 책 속의 프라이온 투여기에 대한 특허권이나 광우병을 일으키는 위험한 프라이온을 인간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게 한 최신 연구 성과에 집중해볼 만하다. 뇌과학소설 『프라이온』 <프라이온> 소설 속 주인공은 뇌사자를 살려내거나 치매환자나, 획기적인 기억 능력 항진에 일반인들이 보기엔 도저히 상상하거나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특이한 인간 ‘공여자’의 뇌로부터 얻은 프라이온을 사용한다. 여기서 여의사인 주인공이 프랑켄슈타인이나 공포영화 속에서와 같은 기절초풍할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배경은, 소설 속에 점차 실체를 띠기 시작한다. 또한 주인공이 끔찍하고 몸서리처지는 이 남성의 뇌신경발화패턴 연구에 쓰였던 도구 또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태어난 정말 그럴 듯한 물건이다.
또한 실험을 위해 희생양인 공여자를 뇌 부위를 채취하는 아래와 같은 소설 속 장면은 여름용 의학 스릴러 영화처럼 끔찍함을 더하고 있다. 작가가 의사이기 때문에 저렇게 실랄한 묘사가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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