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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책

한국 공포문학의 독특한 계보: 공포소설집 [레드](The Red))

by jeroni 2014. 3. 30.

그대로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급한 마음에 커튼을 거칠게 젖히고 창문을 부서트릴 것처럼 내치듯 열었다. 세상에나! 이미 뒷마당은 물론이고 그 앞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밤하늘의 작은 별들이 쏟아지고 있는 배불뚝이의 집까지 온통 나체족들로 뒤덮여 있었다. 금방은 그의 지붕 위에서 한 사람이 떨어졌다. 그것이 배불뚝이가 아닌 것이, 지금도 유백색의 생명체들이 지붕 위로 꾸역꾸역 기어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뒷마당의 모두가 정말 절실하게 창문에 가로막힌 이 불 꺼진 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났다. 누군가 올라온 것이다. 방 문을 열고 달아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어느덧 고요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내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그들이 있다면? 문을 가만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라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금방은 문을 발로 찼는지 그전과는 다르게, 크게 쾅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나는 벽에 기댄 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있던 나는 문득 뒤통수의 사마귀가 아까보다 커진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더듬고 있는 내 손에 어떤 글자가 느껴졌다.

_<1인칭> 중에서




[레드(the Red)] 공포소설집, 먼로 지음

  

<날 사랑해줘>, <1인칭> 등 현실을 지배하는 가상공간의 공포를 끌어내는 등, 기묘하고 신선한 공포문학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 먼로의 첫 공포소설집이다. 두 작품 외에 변화무쌍한 상상력과 희한한 소재를 더 한 미발표 최근 공포 중단편 여덟 편이 함께 수록돼 있다. 아래의 소설 목록에서 가장 재미 있게 읽은 작품은 바로 <1인칭>이다. 1인칭은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남녀 나체족들이 '나'의 죽음을 점점 현실화시켜 오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공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챙겨볼 만한 독특한 선집이었다.  

  

창가의 남자

날 사랑해줘

소녀

후크선장

너를 의심 한다

마녀의 수프

검은 차를 탄 남자

반지하 방에서의 수기

갑자기

1인칭

 

 

{작가 먼로}의 다른 발표작

-노출증》《안녕? 사실 김철순이라고 생각했어요》《카드는 결코 뒤집을 수 없다

-검은 안개를 헤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