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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새 책 읽기80

베스트 미스터리/공포 단편선 _ <는개> 책이 나올 때마다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며, 장르문학계의 브랜드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파옥초 작가의 세 번째 장르소설선이다. 인간계에 숨어 있는 이종족을 다룬 ,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는개가 한없이 도시를 적시는 어느 여름 날, 아침부터 일이 하나씩 꼬이더니 점차 일상적 하루가 끔찍한 공포로 변해가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 한 남자 , 고조선 단군 신화에 기반한 애달픈 단편 역사 로맨스 , 어느 예술가의 완전범죄를 꿈꾸는 밀실 트릭의 또다른 케이스인 등. 이전의 소설들과 소설집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작가의 또 다른 빛깔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단편 선집이다. -차례- 1.비인 2.는개 3.건국기 4.밀실살인사건 -본문- 여름의 끝자락. 는개가 내린다. 몸서리 처지는 한기에 등골이 오싹했다. 엊.. 2012. 5. 2.
내 마음 속 지옥을 소설로 써볼까..? 꾸준히 인기를 쌓아가고 있는 파옥초 작가의 신간 (History of Purgatory). 지옥, 연옥, 천국을 주제로 한 단테의 을 모티브로 한 듯하지만, 배경은 현대이고, 등장인물들은 소시민들이다. 하기야 지옥이나 천국, 연옥이란 것이 먼 세상 일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있지 않은가. 지옥의 역사, 연옥의 역사, 천국의 역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셋 가운데 가 가장 재미있었다. 시각에 따라선 19금일 수도 있겠으나, 눈치보지 않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짝! 짝! 짝! 파옥초, 옴니퍼스 판타지 호러 3부작 2012. 4. 13.
독특한 성적 취향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의 대결 <쇼윈도> 경수: 혈흔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데요? 정박사: 콩으로 만든 두부를 썬 것처럼 깨끗하지. 남자가 많은 피를 흘리고 죽은 후에 도려냈기 때문이야. 이 팔목과 발목에 족쇄를 채운 흔적을 봐. 범인은 이 남자를 포박한 상태에서 천천히 피를 흘리게 하고, 죽어가는 순간 동안만 이 남자와 섹스를 한 거야. 은경: 그런 극단적이고 강제적 상황에서 남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게 가능할까요? 정박사: 죽음과 섹스는 종이 한 장 차이거든. 섹스는 죽음에 반(反)한 생의 의지이지. 섹스 후의 허탈감은 죽음의 느낌이지. 암사마귀는 교미 바로 뒤에 수사마귀를 먹어치워. -차우모완 {추천의 글} 여러 사체의 부위들로 만들어진 마네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범죄 수사극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인.. 2012. 3. 16.
한 소년에게 전부였던 소녀의 죽음/까만 섬 파옥초『 까만 섬』 드디어 그것이 보였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소년은 개울 밑바닥, 날카로운 돌 틈 사이에 숨어 있는 그것을 보았다. 미친 듯이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아당겼다. 팔목이 날카로운 돌 모서리에 걸려 찢어졌다. 상처 가득 생긴 손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차가웠다. 웃고 있었다.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으깨진 머리를 들어올렸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통은 보이지 않았다. 소녀의 머리를 가슴에 품었다.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에 품었다. 자신의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고 싶었다. 감싸주고 싶었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눈으로 보고, 두 팔로 품고 있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 울었다. 흐르는 개울가.. 2012.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