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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새 책 읽기

독특한 성적 취향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의 대결 <쇼윈도>

by jeroni 2012. 3. 16.

경수: 혈흔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데요?

정박사: 콩으로 만든 두부를 썬 것처럼 깨끗하지. 남자가 많은 피를 흘리고 죽은 후에 도려냈기 때문이야. 이 팔목과 발목에 족쇄를 채운 흔적을 봐. 범인은 이 남자를 포박한 상태에서 천천히 피를 흘리게 하고, 죽어가는 순간 동안만 이 남자와 섹스를 한 거야.

은경: 그런 극단적이고 강제적 상황에서 남자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게 가능할까요?

정박사: 죽음과 섹스는 종이 한 장 차이거든. 섹스는 죽음에 반(反)한 생의 의지이지. 섹스 후의 허탈감은 죽음의 느낌이지. 암사마귀는 교미 바로 뒤에 수사마귀를 먹어치워.
-차우모완 <쇼윈도>  



                                                                  {추천의 글}

여러 사체의 부위들로 만들어진 마네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운 범죄 수사극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인해지는 범죄행각과 그 저변에 깔린 무의식의 광기를 마주했을 때 과연, 누구든지 불쾌해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괴기스러운 범인의 정체가 우리 사회의 물질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다름 아님을, 누구보다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_조재림(소설《프라이온》작가, 연세대 예방의학과 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