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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새 책 읽기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신간소설 <아줌마> 유유진

by jeroni 2014. 11. 29.

아줌마, 다음 생애에는 부잣집 딸로 태어나 호강하고 사이소.”

씁쓸한 마음을 안고 헤어질 때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아줌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는 마 다음 생에는 안 태어날란다.”

_유유진 소설 《아줌마》중에서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고, 외할아버지네 집에 가끔 와서 눌러붙었다가 가던 아줌마. 어떨 때는 고구마나 감자도 싸 오고, 귀한 오렌지도 꺼내놓던 아줌마. 어린 '나'의 손도 닦아주던 아줌마. 몸빼 바지에 허름한 배낭을 메고 와선 배낭 속에서 먹을 것을 이것저것 내놓던 아줌마.    


험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동안 어머니는 이 더러운 세상에 지쳐 있었다. 매질하는 남편과 돈 없어서 멸시받는 사회. 등골 빠지도록 일 해 봐야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족쇄에 늘 우울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유일하게, 정말 단 하나뿐인 따뜻함이 바로 아줌마였다.



 <아줌마> 링크

그런 아줌마를 간호사인 '나'는 요양 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어린시절 오갈 데 없던 어머니와 '나'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손을 내밀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나 왠지 반갑지만은 않다. 아줌마가 어떤 꿍꿍이 속을 가지고 자신 모녀나 할아버지에게 잘 해주었다는 생각에.

그러나 '나'는 이제 그간의 세월에 짓눌려 폭삭 늙어버려 요양 병원에 입원하여 치매기가 있는 아줌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


유유진 작가의 《아줌마》는 짧으면서도 호소력이 있는 작품이다. 긴 세월동안 힘들게 살아오셨던 우리의 부모 세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전히 삶에 짓눌려 희망이 없는 세대들에게 조그만 위로와 따뜻하게 가슴을 어루만지는 뭉클한 뭔가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 이런 건 사실 과거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속에서도 따뜻함이나 정이 살아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홀로 외롭게 눈길을 가방을 메고 가는 아줌마에게서 꿋꿋하고 질긴 질경이 같은 우리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을 동시에, 또 그들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간호문학상 소설부문에 당선된 작품인데,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서정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