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요생>과 <요생 외전>의 합본 <요생>: 중에서
가장 웃기고 요염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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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암은 가던 길을 멈추었다. 소피가 마려웠다. 적암은 인적이 없는 산길에 멈추어, 길가의 적당한 나무 앞에 서서, 나무를 향해 오줌 줄기를 갈겼다. 갈 길을 서두르느라고 참고 있던 볼일을 느긋한 마음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뒤에서 젊은 여자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네요.”
미모의 여인이 적암의 엉덩이에 얼굴을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적암은 너무 놀라, 황급히 바지를 끌어올렸다.
“요망한 것.”
적암은 여인에게 일갈을 가하며 허리띠를 동여 메었다. 짙은 눈썹에 커다란 눈망울 그리고 오뚝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미모의 여인이 영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적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인은 적암의 일갈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치마를 걷어 올리더니 적암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맡아 보세요. 소저도 건강합니다.”
“이 무슨 짓이냐?”
장편판타지 [요생] 파옥초 지음
적암은 화를 내며 삿갓을 살짝 들어 올리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적암의 두 눈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여인을 위 아래로 훑었다. 꼬리 끝이 아홉 갈래로 갈라져 있는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산짐승 주제에 사람을 능멸하려 들다니.”
“어머 숙녀에게 그런 심한 말을, 너무 섭섭합니다.”
“이것이 그래도.”
여인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소저의 이름은 조은(朝銀), 아침의 은빛이란 뜻이지요.”
조은은 치마를 내리고 적암을 쳐다보았다.
“소저는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거나 무덤을 파헤쳐 시체의 썩은 고기를 뜯어먹는 다른 여우들과는 아주 많이 다르지요. 신선이 되기 위해 도를 닦고 있는, 부처의 마음과 새벽이슬의 청초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착하고 어여쁜 한 떨기 여우랍니다.”
적암은 다시 한 번 집중해서 조은이라는 구미호를 살펴보았다. 여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분명 인간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적암의 붉은 두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의 말이 사실일지라도 나를 희롱하려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조은이 팔을 꼬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희롱이라니요? 그저 상대를 알기 위해 냄새를 맡아 확인한 것뿐인데요.”
적암은 난감했다.
지금껏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요괴들은 많이 상대해 보았다. 요괴를 찾아내어 주술을 걸어 가두거나 불법의 힘으로 불태워 버리면 되었었다. 하지만 조은처럼 특별히 인간에게 악의가 없고 해맑은 구미호, 꼬박꼬박 말대꾸를 해대는 암컷 여우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히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짓을 한 적은 없지만, 한없이 뻔뻔한 모습이 맘에 안 들었다.
“좋다. 나는 내 갈 길을 갈 테니 너는 네 갈 길을 가거라.”
“아니요. 스님을 따라 갈래요.”
적암을 버럭 화를 내었다.
“너랑 장난 칠 시간이 없다.”
조은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왜?”
조은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냥요. 그냥 좋아요. 스님이 그냥 좋아요. 이유 따위는 없어요.”
갈 길이 바쁜 적암은 더 이상 여기서,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멍청한 암컷 여우와 입씨름을 하며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맘대로 하거라.”
조은은 적암의 말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럼 따라 갈게요.”
적암은 조은을 무시하고, 삿갓을 고쳐 매며 길을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스님.”
조은이 적암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누나라고 불러주시면 안돼요. 소저는 오백이 조금 넘었거든요.”
_요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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