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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책

인육을 먹는 세상, 재난 생존소설 <자장가>

by jeroni 2015. 1. 5.

재난대책본부는 구토증상이 있고 눈이 침침해지며 손발에 통증이 있고 피부에 검은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신 분들은 국가에서 비상대책으로 마련한 병원으로 속히 이동하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의사인 수혜는 오랜 만에 휴가를 얻었는데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위와 같은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을 알아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영상은 처참하. 온 몸이 검은색으로 변한 사람들이 구역질을 해대며 거리를 돌아다니다 옆에 있는 멀쩡한 사람들을 물어뜯어 죽여 버리고 있.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 쥐 등 살아있는 생명들은 모조리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죽이고 있.

재난대책본부에서 발표한 속보에 의하면 국가에서 실시한 폐렴, 폐결핵균 퇴치용 예방접종주사가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수혜는 그제야 동료 의사 차승주가 절대 가족 모두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미 주위는 온통 감염된 무념병자들이 날뛰고 있다. 


재난대책본부에서는 다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집에서 움직이지 않으시는 걸 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밖에 나가 있고 남편과 어머니마저 집에 없다. 수혜는 어린이 집에 다니는 지아부터 구하기로 결정하는데...


김자헤 장편소설 자장가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춰선 어린이집 차를 발견하는 수혜. 차 안에 숨어 있는 아이를 발견하는 수혜. 하지만 무념병자로 변한 지아의 유치원 담임선생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점점 수혜와 지아 쪽으로 다가온. 수혜는 딸아이를 내려놓은 후 장대우산을 억세게 움켜쥐고 점점 다가오는 담임선생을 기다리다 사정없이 그녀의 머리를 장대우산으로 후려갈긴다. 모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아를 안고서 유치원버스를 빠져나와 서둘러 집으로 달리지만 이것은 두 모녀의 생존을 위한 시작에 불과했.


김자혜 작가의 <자장가>는 

국가적 재난으로 전기나 가스, 교통, 통신, 음식, 생존물품 등이 모두 정지해 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끔찍한 생존 여정을 다룬 소설이다. 


좀비처럼 변한 무념병자들, 먹을 것이 없어서 사람들을 잡아먹는 식인종 무리들. 생존한 사람들끼리 식의주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눈물나는 풍경...

뱀을 잡아먹고, 물을 아껴 마시고, 불빛을 차단한 채 자야하고, 늘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 생존 배틀 속에서 두 모녀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아이도 죽이고 자신도 죽어버리고 싶지만 오직 자식을 살려내겠다는 모성애만으로 삶을 버티는 모습이 사뭇 감동적이다.

재난 공포소설이자 가족소설인 <자장가>는 생존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만큼 탄탄한 구성과 감동의 휴면 스토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