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칭으로 일관하는 특이한 미스터리 소설.
첫 장면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한밤 중 컴컴한 어느 복도를
서성이는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는 아내와 딸 등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를 죽이려 왔다. 빌딩의 오피스텔인 듯한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그는 미리 준비한 복제 열쇠로 도어락을 조심스럽게 푼다. 살인 직전의 장면이다. 그러나 누군가, 바로 화자가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 화자를 방관하며 그를 카메라처럼 뒤쫓고만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반전과 반복 등 매우 치밀하게 짜여진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 소재로서도 안성맞춤이다.
화자가 누구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지만, 마지막에 드디어 짐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단편이지만, 실험적이며, 미스터리로서 재미도 갖춘 우리 단편 문학사에서 매우 의미 심장한 작품이라 느껴진다.
단편을 공부하는 습작기 작가들이나
실험성과 도전성을 높이사는 단편 문학상에 도전할 때 참조하기 좋은
단편 교과서로소 좋을 작품.
차우모완 『멍키스패너』(Monkey Wre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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