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향한다. 그녀의 이름은 아직 모른다.
사실 시간이라는 개념으로라면 그녀를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한 달 전, 아침이었다.
나는 S여고를 낭만으로 삼고 그 작은 도약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내 앞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닌가. 마치 운명이 처음 내건 수수께끼처럼. 나는 버스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나는 그렇게 은행 앞에 있는 다른 정류장까지 달려야 했다. 버스가 멈췄다. 출입문이 열리고, 엔진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전조등 위로 뿌연 연기가 올라왔다. 눈이 부셨다. 퍼지는 후광.
그리고 ‘그녀’가 버스에 탔다. 사랑의 시작. 그녀가 나를 위해 버스를 세운 것일까? 그래. 나도 뒤따라 버스에 올랐다.
............
운명이라는 것은 이렇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 같다. 아, 그래! 혹 뒤꿈치에 뿌리내린 그림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태양의 뜨겁고 창백한 조각을 찾아 숨바꼭질 따윌 하는 그런 거 아닐까? 나는 깨닫지 못하지만, 항상 나를 주시하며, 내 주위를 배회하며, 깊은 상념을 우롱하면서 나를 만날 순간을 기다리는 그런 것 말이다.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를 떠올려 볼까?
검은 눈썹, 크고 선명한 동체, 조각으로 빚은 여신의 코, 장미에서 핀 입술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아이처럼 작은 턱. 작은 키에 45킬로 정도로 보이는 가냘픈 몸, 잘록한 허리와 완만한 곡선을 만들며 흔들리는 엉덩이, 그리고 풍만한 가슴.
그녀는 나를 흥분케 한다.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나는…….
나는 한 달 동안 7:35분, 32번 버스를 타는 식으로 그녀와 최대한 일상을 맞추어 갔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직업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소한 습관과 취향적인 면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는 중간문의 안전바 바로 뒷좌석인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일 뒷좌석이나 그 바로 앞좌석에 앉는다.
만일 그런 곳마저 자리가 없다면 그냥 서서 가는 것이다. 나는 간절히 그것을 바란다. 나도 그녀의 곁에 서 있음으로 그녀의 머리서 나는 향긋한 향에 만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났고, 루이뷔통 핸드백은 언제나 어깨에 반듯하게 걸쳐져 있다.
그녀는 자리에 앉을 때면 핸드백으로 무릎과 스커트의 야릇한 ‘시선’을 억누르기도 했으나, 가끔은 나를 유혹할 작정인지 노골적으로 다리를 슬쩍 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도도한 시선은 항상, 들키면 안 될 망상처럼 스쳐 지나가는 창밖을 향했다.
..........
<노출증>에서
'맛있는 껌소설(장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체처리를 두고 벌어지는 서스펜스스릴러 미스터리 (0) | 2013.07.24 |
---|---|
여동생까지.. 폐륜아가 되고 만 오빠의 정체. 괴물이 되고 만 남자 (0) | 2013.06.25 |
팬티 수집가 살인마 라이트노벨-연쇄살인범 패턴변형-팬티콜렉터 살인마 소설 (0) | 2013.06.14 |
근친 사랑의 애욕과 덫- 소설 [비밀의 방] (0) | 2013.04.05 |
20여년 후의 치밀한 복수의 살인극 - 미스터리 (0) | 201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