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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도쿄 장기 여행, 게스트하우스에 여장 풀기

by jeroni 2012. 9. 15.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드디어 일본 땅을 밟았다. 와~~ 일본이다! 하고 하늘을 봤는데 웬걸 날씨가 너무 흐리다. 제발 비는 내리지 않기를...
 일본의 전철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가던 중에 전철을 한 번 잘못 타서 역을 지나쳐버렸다. 얼른 내려 반대편으로 가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역무원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여기엔 엘리베이터가 없단다. 아쉬운 대로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는데 올라가는 방향 뿐 내려가는 방향은 그냥 계단이었다. 할 수 없이 낑낑대며 그 큰 짐을 들고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내일 근육통으로 고생 좀 하겠구나, 생각하며 힘들게 고탄다역에 도착하니 오 마이 갓.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린다.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이다. 전철 잘못 탄 것은 순전히 내 책임이긴 해도 일본 도착 첫날부터 이런 상황의 연속이라니 꽤나 일진이 사납다. 이대로 날 시험에 들게 하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비가 약하게 내려서 괜찮을 줄 알았건만 짐도 다 젖어버렸다. 이게 바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이거지. 비를 맞아서 짐이 더 무겁게만 느껴진다.

 두근두근 신나는 일본 라이프를 즐기러 왔건만 첫날부터 이게 뭐람...

 

 다행히 JR 고탄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도쿄 시나가와구(品川区) 고탄다(五反田)의 한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의 식구들은 일본인이 9명, 나를 포함한 3명이 한국인이었다. 일본어는 어느 정도 공부하고 갔기에 말은 통하니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사고방식이 문제였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사람들과의 마찰이 생겼을 때가 걱정이었다. 혼네(本音)와 타테마에(建前)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느껴본 적은 없었기에 유난히 긴장이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풀이를 해보자면 혼네(本音)는 속마음, 타테마에(建前)는 겉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나 마음 정도가 된다. 며칠도 아니고 한 달 동안 같이 지내는 것이다 보니, 서로 부딪힐 일도 생길 테고 얼굴 붉히는 일도 아예 없진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저녁에 숙소에 도착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쌀 과자를 오미야게(お土産)라며 내밀었다. 쌀과자보다는 네모난 김이 나오자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일본친구들... 역시 사람 친해지는 데는 먹는 게 최고다. 나와 반갑게 인사하고 악수를 한 뒤 마치 소중한 것을 감싸듯 김을 꼬옥 안고 가는 히로상을 보았다. 나보다 김이 더 반가운 것 같았다.
 오미야게(お土産)는 여행을 갔을 때 친구나 이웃에게 그 지역의 토산품이나 기념품 등을 선물하는 것. 꼭 여행을 갔다 올 때만 선물하는 것은 아니고 남의 집을 방문할 때도 역시 선물을 한다. 빈손으로 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절대 빈손으로는 오지 않는다. 나도 나중엔 여행을 다녀온 게스트하우스 친구로부터 이런저런 오미야게(お土産)를 많이 받았었다. 받았던 오미야게(お土産)중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마요네즈 과자.


지역특산품이란다. 각 지역별로 유명한 제품들 하나씩은 있다는데 마요네즈 과자도 그 중에 하나다. 과자가 마요네즈 맛이고, 캐릭터도 물론 마요네즈다. 마요네즈 통에 눈코입이 그려져 있다. 처음 받고나서 포장지를 뜯으니(하나하나 개별 포장이 되어 있었다.) 역한 냄새가 절로 났다. 선물로 준 아이 앞에서 대놓고 싫다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어서 애써 웃으며 “아리가토-(ありがとう:고마워)”라고 했다. 언제 또 이런 걸 먹겠냐며 한번 먹어나보자 하고 한 입 베어 문 순간... 오...!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보기와는 다르다. 의외로 맛있었다.

 

_김세희 <30일 도쿄 나들이> 가운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