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타인이 적이 된 폐허의 도시에서 남자는 숨어지내다 유일한 방문자를 맞이한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죽음 직전의 여자는 어느 연구소 직원인 듯하다.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와 수시로 기저귀를 채워주고 지극정성 몸을 씻어주며 보살핀다. 그리고 여자가 몸을 회복할 무렵 그녀가 찾는 운석에 초토화된 지구를 구할 유일한 해결책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던 그날, 남자가 살던 도시에 방문자가 찾아왔다. 방문자를 먼저 발견한 것은 남자였다. 남자는 부서진 건물의 외벽 뒤에 몸을 숨기고 잠시 방문자를 관찰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조금 우스웠다.
방문자는 3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게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었는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폐허 속을 걷다가 쓰러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의 주위로 모여든 머리 거미들이 여자를 둘러싸고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혹시 모를 여자의 동행이 없는지 신중하게 주위를 살펴본 후, 발에 거치적거리는 머리 거미들을 발등으로 밀어내며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거리며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연구소 이름이 적혀 있는, 카레이서들이 입을 법한 복장을 한 여자를 들쳐 업고 집으로 향했다. 한동안 머리 거미들이 남자를 쫒아 오다가 어느 새인가 흩어져 사라졌다.
-
남자는 차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엔진의 떨림이 온몸에 느껴졌다.
“내가 그 유성 조각을 찾으면 대신에... 딱 한번만 몸을 허락해 주는 거야!?꼭!”
남자는 왠지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액셀을 힘껏 밟았다.
제설차가 창고 문을 뚫고 도로를 달렸다.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던 차량들을 길 양쪽으로 밀어내며 남자가 운전하는 제설차는 도시를 벗어나 북쪽을 향해 달렸다.
_<우주전쟁> 중에서
파옥초: 우주전쟁
'맛있는 껌소설(장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은 자의 휴대폰이 불러다주는 행운 |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 읽기 (0) | 2013.01.27 |
---|---|
인간보다 우위 존재인 가족의 인간 사냥 - 가족 여행 - {공포 판타지} (0) | 2012.11.30 |
시체에게 허락된 지상의 하룻밤 (0) | 2012.11.30 |
누가 더 야한가, 생존을 위한 어떤 섬의 배틀게임 (0) | 2012.11.29 |
허락될 수 없는 근친 사랑, 독한 상상의 소설 <엄마의 남자> (0) | 201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