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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껌소설(장르)

시체에게 허락된 지상의 하룻밤

by jeroni 2012. 11. 30.

하늘 폭포.

비가 내린다기보다는 폭포의 물줄기가 대지를 두드리는 듯 쏟아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숲을 두드리는 소리가 자정이 넘은 한밤의 숲을 깨웠다.

산중턱에 자리 잡은 묘지.

흙더미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더니 앙상한 손모가지가 무덤을 헤집으며 뻗어나왔다. 마치 누군가가 잡아끌듯 시체는 흙더미를 헤집고 무덤을 나왔다.

땅속 벌레들에게 뜯어 먹히고 남은, 썩은 살덩어리만이 군데군데 붙어 있는 시체였다. 시체는 뼈대를 지탱할 제대로 된 근육도 없이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가야만 했다.

시체는 휘청거리며 비오는 산길을 내려갔다.

마을.

시체는 가야할 곳을 알고 있었다.

초가지붕.

하지만 툇마루아래 벗어놓은 고급 고무신들은 이집이 결코 가난한 집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시체는 살짝 열린 창문을 발견하고는 매달리듯 붙어서 방 안을 엿보았다.

촛불 아래에서 책을 뒤척이고 있는 선비가 앉아 있었고, 아리따운 선비의 아내가 그 옆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여인네는 갓난아기를 품속에 안고는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

얼굴에 삶의 평온함이 깃든 세 식구가 불빛아래 모여 있었다.

시체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피눈물은 시체의 양 뺨과 턱 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연히 세월의 흐름에 말라붙어 없어야할 핏물이 시체의 휑한 안구에서 쏟아져 나왔다.

시체는 그렇게 하염없이 세 식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마녀 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