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레는 새 책 읽기

스님이 요괴들을 퇴치하는 동양 판타지 [요생 외전]

by jeroni 2012. 9. 14.

사연 깊은 요괴들의 인간사 종횡무진, 파옥초《요생 외전》 


요생》은 영혼으로 존재하는 악령이 아니라 실제로 육체를 얻은 요괴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갖가지 요괴들을 퇴치하는 이야기이다.

장르문학계에선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온 파옥초 작가의《요생 외전》은 전편《요생》보다 한 층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레시브 퓨전 동양 요괴 판타지’쯤으로 명명할 수 있다. 더욱 교묘하고 강력해진 사연 깊은 요괴들이 인간사를 종횡무진 날뛰기 때문이다.

일테면 <혈시> 편의 적암과 견암은 큰 스님인 다죄 스님 아래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불경을 공부하지만 때때로 착수비도 안주는, 원치 않은 요괴 퇴치를 주문 받는다. 이번엔 토백의 요청이다.



<요생>의 후속편 요생 외전


백이 십 수 년을 머물던 혈산 마을에 얼마 전부터 전염병이 번지고, 우물과 강물이 붉게 물들고, 그것을 마신 사람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나간다는 전갈이다. 병에 걸려 죽은 시체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짐승은 물론 마을 사람들마저 공격해 마을이 위험에 빠졌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들을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괴물, 혈산에 산다는 전설의 괴물 혈시(血屍)와 닮았다 하여 ‘혈시’라 부르며, 관청에도 도움을 청하여 보지만, 파견할 관리가 없다며 상대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마을 촌장의 부탁으로 토백은 자경단을 만들어 보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마침내 요괴 퇴치가 본업은 아닌데도 이번에도 칩거 스님 적암에 도와달라는 전갈이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사를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괴상한 요괴이다 보니, 가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백성을 위한다는 일념 하나로 적암은 길을 나서게 된다. 산중 암자에 오랜 세월이라, 혼자 떠나면 더 얼마나 쓸쓸하겠는가만, 불심을 시험하며 적암을 맘에 품은 백여시 같은 여자 조은이 졸졸 적암의 뒤를 따라나서며 함께 가겠다고만 하면서  이야기는 좀 더 드라마틱하고 풍성해진다.


외전은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다른 듯하면서도 모두 연결된 이야기이다. 전편《요생》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전편과 외전은 또한 인물이나 사연이 연결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 작품 색깔이 다양하고 폭넓은 동양문화 스타일을 띄는 것은 작가가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그곳에서 다년 간 컴퓨터 엔지니어로 생활을 하며, 중국, 인도, 일본, 조선 등 동양적인 문화를 두루 섭렵한 덕이 아닌가 싶다.

전편 《요생》에서처럼 이번에도 표지의 타이틀은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 서예가인 김성덕 신산이 썼다. ‘妖生’(요망하게 태어난 것들) 상형 문자를 닮은 한자의 서체가 참 책의 내용처럼 요상하고 괴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