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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새 책 읽기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영화 [거기 사는 어떤 것]:[디아틀로프]

by jeroni 2014. 6. 12.

전무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거기서는 어떤 종류의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까?

....! 물건을 텔레포트 시키는 시공간 이동 프로젝트!”


미래 열쇠 그룹이라고 하는 청주의 한 중앙 연구소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연구소장의 딸 한 명을 제외하고 4명의 직원과 연구원들이 사라져 버린다. 


파옥초 소설, <거기사 는 어떤 것>


"뉴스 속보를 보내 드립니다.

충북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미래 열쇠 그룹의 청주 연구소 단지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그 영향으로 청주시 일부 지역에 정전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오후 7시경 A동 연구소 중앙 연구실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제품 테스트 과정 중 과열된 기계장치의 오작동이 그 원인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소방당국과 경찰의 합동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현장에 있던 직원 4명의 시체는 아직 발견 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원모 양은 실종된 연구팀의 책임자인 원노불 팀장의 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연구소를 방문하였다가 폭발사고에 휘말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모양은 현재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며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 수사 당국은 사라진 4명의 연구원에 대한 생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작업을 이어나갈 방침입니다.”


그리고 4명의 연구원은 다른 세계의 다른 시공간에 떨어져 있다. 대화 내용이 재미 있다. 본문을 미리보면 


분명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어떻게 된 거지?’

노불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액정 화면에 거미줄 모양의 금이 가 있었지만 전원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통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부고! 김주임, 김형석 씨, 이민정 대리!”

사고 당시 연구실 안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노불은 잠시 나무 둥치에 걸터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풀에서 사람이 불쑥 나타났다.

김주임.”

노불은 김주임을 보고는 반갑게 몸을 일으키다가말고 멈칫했다.

팀장님, 이민정 대리가 죽었습니다.”

당장 물러서.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노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기로 쓸 만한 두툼한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보니, 속이 비어있는 썩은 나무였다. 노불은 나뭇가지를 버리고 손바닥 크기의 넓적한 돌을 집어 들었다.

손에 묻은 그 피는 뭔가? 그리고 그 옷차림은?”

김주임은 노불의 질문에 저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겁니까?”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김주임은 이민정 대리가 입고 있던 짙은 파란색 계열의 여성 정장을 입고 있었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아서 처진 뱃살이 드러나 보였다.

팀장님, 이리와 보세요. 이민정 대리가 저쪽에 있는데 움직이지 않아요. 몇 대 때려준 것뿐인데 숨을 안 쉰다고요.”

김주임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가까이 오지 마!”

김주임이 갑자기 몸을 날려 노불을 덮쳤다. 노불은 들고 있던 돌멩이의 모서리 부분으로 김주임의 머리를 강타했다. 김주임은 충격으로 비틀거리면서도 노불에게 덤벼들어 두 손으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노불은 다시 한 번 돌멩이를 휘둘러 김주임의 머리를 내리쳤다. 목을 조르던 손이 느슨해졌다. 상대를 넘어트린 후 가슴 위에 올라타고는 돌로 내리찍었다. 상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쓰러지듯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수풀 뒤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속옷차림으로 죽어 있는 이민정 대리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노불은 겉옷을 벗어 시체 얼굴 위에 덮어주었다.

도대체 왜? 어째서?”

노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숲속 어딘가라고 짐작한 후 근처를 돌아다녔다.

살려...”

숲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섞여 젊은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리고 네 사람은 도저라고 하는 소금 광산의 지배자, 곧 다른 세계의 지배자의 똘마니들에 의해 쫓기고 잡혀간다.이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끔찍한 갑귀(甲鬼)의 모습을 한 마루한이라는 이에 의해서 간신히 구출된다.

그리고 한 번의 시공간 이동여행을 다시 할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다.


영화 <타임머신>에서는 마차에 치인 연인을 구하기 위해 과거로 가기 위한 타임머신을 발명하여 시간여행을 한다.


  영화 <타임머신>


 사람들은 타임머신을 발명하면 미래보다는 과거로 여행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거기 사는 어떤 것>도 미래를 바꾸기 위해 더 이른 과거까지 가는 등... 이야기가 순서대로 읽히지는 않고 빙글빙글 도는 듯하다.


영화 <디아틀로프>에서 전반부의 9명이 처음엔 실종자였는데, 뒷 장면에서는 11명으로 늘어나는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영화 <디아틀로프>(2013) 원제 Devil's Pass



<거기 사는 어떤 것>에는 시공간 이동시 유기체의 손실이 있는데, 호러 판타지 작가로서 출발한 파옥초 작가답게 이런 미스터리 sf 분위기에서도 공포스런 분위기가 많이 등장한다. 유기체 전송 시 손실되는 신체 등의 모습이 끔찍하다는 점 등...        

<거기사는 어떤 것>과 영화 <디아틀로프>는 모두 여름에 읽거나 보기 좋은 소설과 영화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