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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새 책 읽기

이별 뒤 다시 만난 커플, 잘 될 수 있을까? 로맨스 <망향> 리뷰

by jeroni 2013. 12. 25.

사랑, 그 생채기


출판사 순정만화편집부에 근무하고 있는 정. 정은 소심하고 자기 주장이 약한 여자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스타일. 자신의 소신대로 세상을 살아보지 못한 평범하고 외로운 여자이다.

그런 그녀를 순정만화 편집부 유한은 감싸주고 위로해 주고, 챙겨주지만 그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것은 8년 전에 갑자기 자신에게서 떠나버렸던 첫사랑 재현 때문. 재현은 여전히 지금도 악몽의 모습으로 그녀의 꿈에 나타나곤 한다. 그녀를 남겨주고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던 재현 때문에, 세상에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로 믿었던 그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가 자신으로부터 떠나버린 이후, 정은 더욱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잃고 말았다.

두 사람에겐 꿈이 있었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었고, 그녀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피아노를 치고 그녀는 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손들은 손을 꼭 잡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그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갔다. 사랑은 바래고 퇴색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8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만나지만 너무나 달라져 버려, 두 사람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은 더 이상 없다. 함께 공유할 사랑도 꿈도 이젠 없다. 두 사람은 꿈을 모두 버리고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두 사람이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기에, 그래서 제목이 "망향"인가 보다. No Place to Go 란 영어 부제가 붙은 걸 보니.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서 달아날 용기는 없다. 사랑은 그들에게 또 다른 형태로, 두 사람이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고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리는 것인가 보다. 사랑은 기억이고 그것을 헤어나기란 어려운가 보다.

넌 내게 그래.

뭐가?

넌 달달하고 씁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