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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헌 책 읽기

한국판 좀비 공포 소설 | 파옥초 [광륜]

by jeroni 2012. 10. 18.

한 남자가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남자가 일곱 살 소년이었을 때, 그에게는 네 살짜리 여동생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소년은 여동생을 데리고 금지된 숲으로 들어갔다. 숲 속에는 버려진 별장이 하나 있었고 마당엔 그네가 있었다. 남자는 여동생을 그곳에서 잃어버린다. 소년은 죄책감에 깊은 슬픔에 빠진다. 소년은 여동생이 괴물에게 잡혀갔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모두들 소년은 외동아들이며 애초부터 여동생 따위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남자는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이다. 남자는 어린 시절 여동생의 존재에 대해 다시 의문을 갖는다. 임종 직전 인간의 형상을 한 차가운 얼굴을 지닌 ‘그것이’ 다가오고 남자는 그것에게 자신에게 여동생이 있었는지 묻는다. ‘그것’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동생은 아직 살아있다고 대답한다...



                           파옥초 <광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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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빠져나간 자리에 홀로 남아 울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어느덧 아무도 보지 않는 구석에 숨어서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거지. 하지만 아주 조금은 바꿀 수는 있어.”

“운명을 바꾼다고요?”

“네가 정말 미친 듯이 노력한다면, 그리고 운도 따른다면 말이야. 아주 작지만 분명히 운명에 틈이 생길거야. 그 틈을 잘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

미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진흙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빗물과 눈물이 뒤섞여 양쪽 뺨을 타고 흘렀다.

“살아야지. 나…… 살아야지.”

이유 없이 기분이 상쾌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미진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울었다.